반응형 전체 글208 이창동 《가능한 사랑》은 왜 사랑보다 노동을 먼저 보여줄까|베니스 은사자상 이후 봐야 할 세 가지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9월 23일 한국 극장에서 먼저 공개된다. 《버닝》 이후 8년 만의 장편이고,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직후라 기대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만 보고 익숙한 멜로를 예상하면 조금 다른 작품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가 사랑을 묻는 방식은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는가가 아니라, 노동과 계급이 달라진 뒤에도 우리가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 가깝기 때문이다.두 부부를 마주 세운 이유영화의 중심에는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그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찍으려는 감독과 남편이 있다. 네 사람은 같은 시대를 살지만 돈과 직업,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위치가 다르다. 이창동은 한쪽을 선한 피해자로, 다른 한쪽을 차가운 관.. 2026. 9. 22. 《프로젝트 헤일 메리》는 왜 우주보다 대화가 더 긴장될까|말이 통하지 않는 두 존재의 협력 한 사람이 먼 우주에서 깨어납니다. 기억은 불완전하고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죠. 여기까지만 보면 《프로젝트 헤일 메리》는 ‘혼자서 과학 문제를 해결하는 천재’의 영화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야기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질문은 다른 데 있습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가 어떻게 함께 문제를 풀 수 있을까요? 설명하는 장면이 어떻게 사건이 될까요?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하는 그레이스는 지구를 위협하는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SF 영화에서 과학 설명은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교과서를 펼치는 시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설명의 양보다 설명을 주고받는 관계입니다. 상대가 무엇을 알 수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나씩 시험하고, 결과를 보고, 생각을 고쳐야 하니까요.이 과정은 실제로 문제를.. 2026. 9. 22. 놀란의 《오디세이》는 왜 집에 돌아가는 이야기가 거대할까|영화가 묻는 귀향의 의미 엄청난 모험을 예고하는 영화의 목표가 ‘집에 돌아가기’라면 조금 이상하게 들립니다. 세상을 구하거나 새로운 왕국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가는 일이라니요. 하지만 놀란의 《오디세이》를 볼 때 이 단순한 목적을 붙잡으면 거대한 화면 속에서도 놓치지 않을 질문이 생깁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돌아온 곳은 여전히 같은 집일까요?《오디세이》 포스터. 전쟁의 영웅보다 돌아가는 길에 선 인물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모험의 규모와 목표의 크기는 다릅니다유니버설이 공개한 작품 정보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는 2026년 공개된 호메로스 서사시의 영화화이며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큰 화면과 먼 여정을 이야기할 때도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오디세우스는 귀향을 원합니다.이 목표가 .. 2026. 9. 21. 나홍진 《호프》는 왜 괴물보다 사람이 더 무서울까|낯선 존재를 보는 세 가지 시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나는 영화에서 우리는 보통 그 존재의 모습을 기다립니다. 어디서 왔을까, 무엇을 원할까, 어떻게 물리칠까. 그런데 나홍진의 《호프》를 생각할 때는 질문을 하나 바꿔볼 만합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상대 앞에서 왜 그렇게 빨리 서로를 의심할까요?《호프》 포스터. 낯선 사건 앞에 모인 사람들의 불안이 먼저 보인다.무서운 것은 정보의 빈자리입니다《호프》의 무대는 외부의 사건이 들이닥친 공동체입니다. 이런 이야기에서 공포를 만드는 것은 위험 그 자체만이 아닙니다. 누가 무엇을 봤는지 서로 다르게 말하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먼저 돌고, 각자의 해석이 곧 행동이 되는 과정이 긴장을 키웁니다.관객도 등장인물보다 모든 것을 아는 자리에 서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은 표정과 망설임에.. 2026. 9. 21. 영화 첫 장면만 잘 봐도 결말이 달라 보인다|오프닝에서 찾을 세 가지 영화의 첫 장면은 어떤 약속을 할까? 《이창》과 《기생충》을 예로 배경, 시선, 작은 불편함을 살펴보며 오프닝을 읽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영화를 볼 때 첫 5분은 아직 자리를 잡는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팝콘을 내려놓고 배우 이름을 확인하다 보면 이야기는 이미 시작돼 있죠. 그런데 마지막 장면까지 본 뒤 오프닝으로 돌아오면 이상합니다. 처음에는 평범했던 창문과 복도가 영화 전체를 압축해 보여주고 있었던 것 같거든요. 첫 장면에서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1. 카메라는 어디에 서 있나요?히치콕의 《이창》은 한 남자가 창밖의 이웃을 관찰한다는 설정으로 관객을 끌어들입니다. 볼거리는 창 너머에 있지만, 볼 수 있는 사람의 자리는 제한돼 있습니다. 그 사람을 따라 바라보는 관객 역시 모든 사실을 알 수 없.. 2026. 9. 21. 열린 결말 영화가 답답한 이유|결말 해석 전에 확인할 세 가지 열린 결말은 감독이 답을 숨긴 걸까? 《인셉션》의 마지막 팽이를 예로, 결말의 사실·인물의 선택·영화의 주제를 구분해 읽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영화가 끝났는데 관객석에서 가장 먼저 휴대폰을 켜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진짜야, 꿈이야?” 검색창에 질문을 넣었더니 해석은 열 가지가 나옵니다. 누구는 단서를 찾았다며 확신하고, 누구는 감독이 끝내 답을 주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열린 결말이 답답한 건 정보가 부족해서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질문을 하나의 정답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남긴 질문을 먼저 분리해보세요《인셉션》 마지막에는 코브가 팽이를 돌리고 아이들에게 다가갑니다. 카메라는 팽이가 완전히 멈추는지 끝까지 보여주지 않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질문은 적어도 둘입니다. 그 세계가.. 2026. 9. 20. 스포일러를 알고 봐도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결말보다 더 오래 남는 것 영화 결말을 미리 알면 재미가 사라질까? 스포일러와 재관람의 차이를 살펴보고, 이야기를 다시 볼 때 눈에 들어오는 세 가지를 짚습니다. 영화 보기 전에 결말을 검색해본 적 있나요? 누가 범인인지, 주인공이 살아남는지 알아버리면 두 시간짜리 영화가 무의미해질 것 같죠. 그런데 이미 여러 번 본 영화를 또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줄거리와 결말을 다 아는데, 어떤 장면에서는 처음보다 더 오래 멈춥니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요? 첫 관람의 질문과 두 번째 관람의 질문은 다릅니다처음 볼 때는 대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묻습니다. 누군가의 선택이 성공할지, 믿었던 인물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따라가느라 작은 표정과 배경을 놓치기도 합니다. 결말을 알고 다시 보면 질문이 바뀝니다. “이 사람은.. 2026. 9. 20. 테슬라 사이버캡, 오스틴 다음은 필라델피아? 미국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이버캡이 드디어 미국 도로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그런데 이번에는 텍사스 오스틴이 아닙니다. 무려 미국 동부의 대도시 필라델피아 인근에서 사이버캡이 잇따라 목격됐습니다.단순히 차량 몇 대가 이동 중이었던 걸까요? 아니면 테슬라가 본격적인 미국 전역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걸까요?아직 테슬라는 필라델피아 서비스 계획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포착된 움직임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에는 꽤 흥미롭습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최근 여러 대의 사이버캡이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목격됐고, 데번의 테슬라 매장 주차장에서도 차량들이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차량들이 향후 필라델피아 배치를 위한 ‘훈련’ 과정에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다만 테슬라는 이에 대해 .. 2026. 9. 19. 같은 정재일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기생충》과 《가능한 사랑》의 음악 《기생충》, 《오징어 게임》, 《가능한 사랑》의 음악을 만든 정재일. 같은 작곡가인데 왜 봉준호와 이창동의 영화에서는 전혀 다르게 들릴까? 정재일의 음악 세계와 두 감독의 영화음악 작업 방식을 살펴봅니다. 《기생충》의 음악을 기억하시나요?기택 가족이 박 사장 집에 하나씩 침투할 때 흐르던 우아한 현악기.마치 오래된 바로크 음악을 듣는 것 같은데, 어딘가 조금 이상하고 기묘했던 음악.그 음악을 만든 사람이 정재일입니다.그런데 정재일의 작품 목록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옥자》도 정재일.《기생충》도 정재일.《오징어 게임》도 정재일.《미키 17》도 정재일.그리고 2026년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도 정재일입니다.같은 사람이 만든 음악인데 정말 같은 작곡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릅.. 2026. 9. 19. 이전 1 2 3 4 ··· 2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