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는 아침에 일어나 몸을 씻고, 일을 하러 나가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다. 도쿄의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그의 하루는 비슷한 순서로 흘러간다. 영화의 설명만 들으면 단조로운 반복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그 일정을 따라가다 보면 같은 하루를 산다는 말이 매일 같은 하루를 본다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빔 벤더스의 영화는 대단한 사건을 기다리는 시선을 낮은 곳으로 데려간다. 히라야마는 일을 성실하게 마치고, 카세트테이프 속 노래를 듣고, 나무를 올려다본다. 매번 지나가는 길이라도 빛이 달라지면 그림자가 달라진다. 어제 보던 나무와 오늘의 나무는 같은 나무지만 완전히 같은 장면은 아니다. 반복은 차이를 지우는 틀이 아니라 아주 작은 차이를 알아채게 하는 눈금이 될 수 있다.
이 인물의 일상을 보고 곧장 ‘소박하게 살면 행복하다’는 교훈으로 옮기고 싶지는 않다. 히라야마의 생활에도 고독과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 있다. 일의 피로와 도시의 계급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가 하루를 정돈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에서 마음의 여유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영화의 위로를 받아들이면서도 누가 이 노동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 왔는지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내 마음에 남는 것은 노동을 대하는 구체적인 태도다. 청소는 끝내 놓으면 다시 더러워지고, 내일도 다시 해야 한다. 완성품을 오래 전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때 깨끗해진 공간은 누군가의 하루에 실제로 쓰인다. 그 짧은 효용을 하찮게 보지 않는 시선이 히라야마에게 있다. 반복되는 일을 존중하는 장면은 직업에 대한 추상적인 찬사보다 조용하고 정확하다.
카세트테이프도 특별한 시간을 만든다. 듣고 싶은 노래를 고르고 재생 버튼을 누르는 일에는 선택의 손길이 있다. 흘러나오는 모든 소리를 배경으로 소비하는 것과 한 곡을 골라 듣는 것은 다르다. 책장을 넘기고 나무 사진을 찍는 습관도 비슷하다. 그는 하루를 화려하게 바꾸기보다 자신이 반응할 작은 문을 남겨 둔다. 생활의 리듬이 외부의 사건에만 끌려가지 않게 하는 방식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만남은 이 단단해 보이는 리듬에 잔물결을 만든다. 누군가가 다가오고, 지나온 관계가 얼굴을 내밀고, 익숙한 시간표가 잠깐 흔들린다. 이때 반복은 세상과 자신 사이에 벽을 세운 고집만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히라야마는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만 그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전부 지워 버리지는 않는다. 뜻밖의 하루가 생겨야만 매일의 하루가 얼마나 많은 것을 품고 있었는지도 보인다.
나는 지치면 새 출발이라는 말을 너무 크게 생각하는 편이다. 방을 바꾸거나 멀리 떠나거나, 인생의 방향을 당장 정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퍼펙트 데이즈》의 작은 순서가 이상하게 안심된다. 내일 아침에 창문을 열고 오늘과 조금 다른 빛을 보는 일은 지금 할 수 있다. 그 행동 하나가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지만, 문제만으로 하루 전체를 부르지 않게 해 준다.
여기서 ‘완벽한 날’은 결점이 없는 날과 거리가 멀다. 예상하지 못한 표정도 있고 말로 정리되지 않는 감정도 있다. 마지막까지 인물의 마음을 하나의 낱말로 고정할 수 없다는 점이 이 영화의 정직함이다. 슬픔과 기쁨이 섞인 얼굴로도 아침을 맞을 수 있고, 같은 길을 걸으면서 전날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완벽함을 성취의 점수 대신 순간을 놓치지 않는 태도로 읽게 된다.
우리가 반복에 지치는 이유는 같은 일을 또 해야 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 일을 하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느낄 때 더욱 힘들다. 히라야마를 따라가며 영화는 하찮게 넘기기 쉬운 몸짓에 시간을 준다. 물을 뿌리고 손을 움직이고 음악을 고르는 행위가 화면 안에서 자기 길이를 갖는다. 그 시간을 보는 동안 나 역시 하루의 속도를 조금 늦추게 된다.
결국 이 작품의 위로는 내 삶도 히라야마처럼 바꾸라는 주문이 아니다. 반복 속에서 단 한 장면이라도 새로 볼 수 있을지 묻는 초대다. 오늘과 내일은 닮아 있겠지만 똑같지는 않다. 그 작은 차이를 발견할 여지를 남겨 두는 것, 어쩌면 지친 사람이 하루를 다시 시작할 때 필요한 것은 그 정도의 공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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