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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알파》|감염보다 먼저 퍼지는 소문, 줄리아 뒤쿠르노의 새 영화가 묻는 것

by onfind 2026.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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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석고처럼 굳게 만드는 바이러스가 퍼지는 도시. 열세 살 소녀 알파는 파티에서 팔에 ‘A’자 문신을 새긴 채 집으로 돌아옵니다. 의사인 엄마는 딸이 감염됐을까 두려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학교에는 소문이 퍼집니다. 9월 30일 국내 개봉한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알파》는 이 출발점만으로도 불편한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아직 감염됐는지조차 모르는데, 사람들은 왜 먼저 그 아이를 다른 존재로 보기 시작할까요?

감염을 다룬 영화라면 보통 병이 얼마나 빨리 퍼지고 어떻게 막을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알파》의 공식 소개에서 더 눈에 걸리는 것은 결과를 기다리는 2주입니다. 그 시간은 의학적으로는 확인을 위한 기간이지만, 학교와 가족에게는 불안이 해석을 대신하는 기간입니다. 알파의 몸에서 무엇이 발견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시선은 이미 바뀔 수 있습니다. 질병에 대한 공포와 질병을 의심받는 사람을 향한 태도는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팔의 문신도 그래서 여러 방향으로 읽힙니다. 십대에게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남긴 흔적일지 모릅니다. 엄마에게는 감염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는 위험 신호이고, 학교 친구들에게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퍼뜨릴 단서가 됩니다. 하나의 자국이 누구의 눈을 거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을 얻습니다. 영화가 이 간극을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관객은 알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하면서도, 어느 순간 자신 역시 소문을 먼저 믿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될 수 있습니다.

뒤쿠르노는 전작 《로우》와 《티탄》에서도 몸의 변화를 통해 관계와 정체성을 건드렸습니다. 그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알파》 역시 강렬한 신체 이미지 때문에 먼저 눈길이 갈 겁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자극적인 변형의 목록으로만 예상하면 놓치는 것이 있을 듯합니다. 공식 소개가 함께 내세우는 것은 엄마와 딸, 그리고 삼촌의 관계입니다. 두려움이 커질 때 가족은 서로를 보호할 수도 있고, 보호하려는 마음으로 상대를 더 고립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 모순이 공포의 중심에 놓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사인 엄마라는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남의 증상을 판단하고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자기 딸 앞에서는 객관성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학 지식이 불안을 없애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능한 위험을 더 선명히 떠올리게 할지도 모릅니다. 알파에게 필요한 것이 검사의 정확한 결과인지,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변함없이 자신을 대하는 사람인지 영화는 두 문제를 나란히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병을 가볍게 보자는 뜻이 아닙니다. 조심해야 할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낙인찍지 않을 방법을 찾을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삼촌의 등장이 가족의 불안을 증폭시킨다는 공식 줄거리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안전망이라고 말하지만, 각자가 가진 과거와 두려움이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돌보려 하고, 다른 사람은 거리를 두려 할 수 있습니다. 알파가 아직 어린 인물이라는 사실은 이 차이를 더 아프게 만듭니다. 아이는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어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표정 때문에 먼저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이 글은 관람 후 결말을 해석한 리뷰가 아니라 공개된 줄거리에서 출발한 관람 전의 질문입니다. 《알파》가 실제로 어느 장면에 무게를 둘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출발점만으로도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검사로 확인할 수 있지만, 두려움이 사람들 사이에서 만드는 거리는 수치로 쉽게 재기 어렵습니다. 알파의 팔에 남은 글자보다 오래 남을 것은, 그 글자를 본 사람들이 내린 판단일지도 모릅니다. 《알파》를 볼 때 가장 먼저 따라가고 싶은 것은 병의 정체보다 한 아이를 둘러싼 시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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