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고편은 포스터와 음악, 짧은 장면을 결합해 영화의 첫인상을 설계한다.
예고편에서 강렬하게 들었던 음악을 기대하며 영화를 봤는데 본편에서는 한 번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OST 목록을 찾아도 곡이 없고, 영화의 작곡가가 만든 음악과 분위기마저 다르다. 예고편도 영화의 일부처럼 보이지만 음악을 만드는 방식은 본편과 상당히 다르다.
예고편은 영화의 축소판이라기보다 영화로 관객을 초대하는 짧은 광고에 가깝기 때문이다.
예고편이 먼저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은 개봉 몇 달 전부터 시작된다. 그때는 본편 편집과 음악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
작곡가가 장면에 맞춰 음악을 완성하기를 기다릴 수 없으니 예고편 제작팀은 이미 만들어진 음원이나 트레일러 전용 음악을 사용한다. 장르, 속도, 감정의 상승 구간에 맞는 곡을 골라 편집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고편 음악은 영화의 최종 OST와 별도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2분 안에 감정을 세 번 바꿔야 한다
본편 음악은 인물의 감정을 오래 따라가거나 장면의 여백을 지켜야 한다. 예고편 음악은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붙잡고 정보와 감정을 밀어 올려야 한다.
조용한 도입, 속도가 붙는 중간, 제목이 등장하는 강한 마무리처럼 구간이 분명하다. 편집자는 음악의 박자에 맞춰 장면을 자르고, 충격음과 정지 구간을 이용해 대사와 타이틀을 강조한다.

예고편 음악은 이런 한 장면의 분위기를 짧은 시간 안에 확대하고 다음 컷으로 연결한다.
최근의 자동 예고편 생성 연구에서도 음악의 에너지에 따라 빠른 컷과 긴 숏을 다르게 배치하는 문제가 핵심으로 다뤄진다. 예고편 음악은 배경이 아니라 편집의 뼈대에 가깝다.
음악을 쓸 수 있는 권리도 따로 확인해야 한다
기존 노래를 영상과 결합해 사용하려면 음악저작물과 음원에 대한 허락이 필요하다.
본편에서 사용권을 얻었다고 해서 모든 광고와 예고편에 자동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 매체, 기간, 지역, 캠페인 범위에 따라 계약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권리 처리가 빠른 음악 라이브러리나 예고편용으로 제작된 곡이 활용된다. ASCAP도 영화 본편과 별도로 영화 예고편에서 음악이 사용되는 영역을 구분해 다룬다.
익숙한 노래를 완전히 다르게 편곡하는 이유
예고편에서 유명한 노래가 느리고 어둡게 변하거나, 후렴만 거대한 오케스트라로 커지는 경우가 많다.
관객은 익숙한 멜로디 덕분에 즉시 반응하고, 낯선 편곡 때문에 새로운 영화의 분위기를 느낀다. 알려진 기억과 처음 보는 장면을 빠르게 연결하는 방법이다.
다만 예고편이 약속한 감정과 본편의 분위기가 너무 다르면 관객은 영화가 아니라 마케팅에 속았다고 느낄 수 있다.
예고편 음악이 본편에 없다는 것은 실수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시기에, 다른 길이와 목적에 맞춰 만들어진 두 개의 음악 전략이다.
다음에 예고편을 볼 때는 음악이 언제 시작되고, 어디에서 멈추며, 어떤 장면에서 가장 크게 상승하는지 들어보자. 예고편이 한 편의 영화를 어떻게 2분짜리 감정 곡선으로 다시 작곡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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