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언노운》 스틸 이미지
2026년 베니스국제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은 메이 엘투키 감독의 《우먼 언노운》에게 돌아갔다. 덴마크·스웨덴·라트비아가 함께 만든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덴마크를 배경으로, 독일군과 협력했다는 의심을 받는 젊은 하녀 마리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역사극이지만 영화가 붙드는 것은 거대한 전쟁의 승패가 아니라 전쟁 뒤 공동체가 한 여성에게 죄와 수치의 얼굴을 씌우는 과정이다.
제목이 이름을 지우는 방식
’우먼 언노운’이라는 제목은 한 사람을 익명의 존재로 만든다. 이름을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공동체가 마리를 개인으로 보기보다 배신자나 희생양 같은 표식으로 부르기 시작하면 그의 실제 경험은 사라진다.
영화는 바로 그 지워진 자리를 응시한다. 전쟁이 끝났다고 폭력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이 바뀐 뒤 사람들은 새로운 질서를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를 처벌하고, 특히 사회적으로 약한 여성의 몸은 집단의 분노가 향하는 장소가 되기 쉽다.
역사적 판단과 인물의 얼굴 사이
좋은 역사영화는 과거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객이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 도덕적 구도를 흔든다. 누가 협력자였고 누가 피해자였는지를 묻는 일은 필요하지만, 영화는 판결문보다 인물의 얼굴에 오래 머물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관객은 ‘옳은 판단’ 뒤에서 개인의 삶이 얼마나 쉽게 납작해지는지 보게 된다.
《우먼 언노운》이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시대의 사건을 다루면서도 오늘날 온라인 여론과 공개적인 낙인, 집단이 한 사람을 이미지 하나로 소비하는 방식까지 떠올리게 한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누군가의 복잡한 삶을 단순한 이름으로 바꾸는 습관은 남아 있다.
여우주연상까지 이어진 이유
주연 마틸데 아르셀은 이 작품으로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함께 받았다. 황금사자상과 연기상이 같은 작품에 돌아갔다는 것은 영화의 주제와 배우의 얼굴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다. 거대한 역사적 폭력을 설명하는 대신 한 인물의 두려움, 침묵, 방어적인 몸짓을 통해 관객이 역사를 체감하게 만든 것이다.
이 영화를 기다리며 볼 지점은 세 가지다. 카메라가 마리를 언제 군중 속에 놓고 언제 혼자 남겨 두는지, 공동체가 사용하는 말이 그의 정체성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영화가 관객에게 판단보다 관찰을 요구하는 순간이다. 수상작이라는 권위보다 한 사람을 끝까지 한 사람으로 보려는 태도에 주목하면 이 영화가 왜 올해 베니스의 중심에 섰는지 이해할 수 있다.
영화제의 선택이 실제 관객의 선택과 어떻게 다른지는 아래 ‘영화제 수상과 흥행’ 글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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