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배경
수상 작품과 평가 이유
2024년 10월 10일, 한강 작가는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이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한강은 육체와 영혼,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노벨문학상은 한 권의 책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전체 작품 세계를 평가합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대표 작품으로 7권을 주요하게 꼽았습니다:
- 회복하는 인간(2013): 고통이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 근본적 실존 경험으로 나타나는 작품
- 그대의 차가운 손(2002): 한강의 예술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는 작품
- 채식주의자(2007):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대표작으로, 자유와 사회구조, 여성 문제를 다루며 자기 삶과 신체의 결정권을 찾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줌
- 희랍어 시간(2011):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가 희랍어를 통해 소통하는 이야기
- 소년이 온다(2014):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소설
- 흰(2018): 태어난 지 2시간 만에 숨진 언니를 생각하며 쓴 소설
- 작별하지 않는다(2021):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
특히 한강의 작품들은 국가 권력에 의해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모든 폭력의 잔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장 안데르스 올손은 "한강 작가의 작품은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의 이중적 노출, 동양적 사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통의 대응이 특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문학적 성취와 세계적 평가
한강의 문학적 성취는 이미 대학생 시절부터 두드러졌습니다. 1993년 잡지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1995년에는 단편소설집 <여수의 사랑>으로 산문 데뷔를 했습니다. 2007년에는 가부장제적 문화와 폭력 속에서 타아(他我)가 되어가는 영혜를 그린 소설 <채식주의자>로 국제 문단에 데뷔했고, 2016년 이 작품으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에서 <희랍어 시간>을 번역 출간한 출판사의 출판 디렉터 사이먼 프로서는 "한강은 탁월한 아름다움과 명확성으로 쓴 글을 통해 잔인한 행위와 사랑의 행위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종(種)인 인간이 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고통스러운 질문에 단호하게 직면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채식주의자>를 영국에서 출판하는 데 관여한 영국 소설가 맥스 포터는 "한강은 특별한 휴머니티의 작가이자 필수적인 목소리이며 그의 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선물"이라며 극찬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미친 영향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 강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크게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K팝, K드라마에 이어 K문학이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기면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집중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학평론가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한국은 분단과 냉전, 빈부 격차, 가부장제 등 제3세계가 갖고 있는 모든 삶의 고통을 다 최전선에서 겪은 나라"라며 "그 과정에서 남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오는 고통은 선진국을 비롯한 다른 많은 국가도 겪고 있는데, 한강의 작품에서는 그러한 고통이 거식증, 불안, 우울증 등의 온갖 신경증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강의 작품이 한국의 특수한 경험을 다루면서도 보편적인 인간 경험으로 확장시킨 점이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문학 번역의 중요성 부각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 번역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습니다. 과거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 걸림돌로 손꼽혔던 '번역' 문제가 점점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한 데버라 스미스의 공헌이 큽니다. 데버라 스미스는 2010년 한국어를 독학으로 배우고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대에서 한국학 석박사과정을 밟으며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혔습니다. 그녀는 한국어를 배우고 3년 만에 <채식주의자>를 접하고 번역했으며, 한국 고유의 단어를 풀어쓰지 않고 그대로 살리는 번역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배리 웰시 동국대 영어통번역학과 교수는 "김소라, 안톤 허, 장해니, 데버라 스미스 같은 현세대 번역가들의 경우 한국 문학과 세계 문학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깊고 여러 문화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라며 "그래서 이들은 한국 소설을 영어로 번역할 때 작품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그 미묘한 방식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강 작품에 대한 관심 급증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한강의 소설들이 서점가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온 세계가 한글로 쓰인 그녀의 소설을 자기네 말로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3. 일부는 이미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로 번역되었으며, 세계가 한국어가 원문인 한강의 소설을 읽으며 인간됨에 대하여 스스로 묻게 될 것입니다.
서점가에서는 한강 작가의 책을 구하고자 '서점 오픈런'이 일기도 했으며, 초반에는 물량 부족으로 인해 구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서서히 책이 풀리면서 동네 서점가에도 한강 작가의 책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 문학의 다양성과 독창성 주목
한국문학이 주목받는 이유로는 역사적 굴곡과 극단적인 사회 문제로 인한 소재의 다양성이 꼽힙니다. 배리 웰시 교수는 "지난 12개월 동안 한국에서 출간된 책만 보더라도 주제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다"라며 "이처럼 독창적인 작가들이 다양한 내용의 소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이 한국문학이 주목을 받는 이유인 것 같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강지희 문학평론가는 2010년 중반을 전후로 전 세계적으로도 탈중심화하는 흐름이 생겨났다고 봤습니다. 특히 "문학 전반의 흐름에서 서구·남성 중심으로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들이 깨져나가는 다양성의 물결의 영향 속에서 한강 작가도 주목을 받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는 특히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의 핵심인 "식물성"이 "동양이나 여성을 바라보았던 기존 관점을 뒤트는 지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강 작가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평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사회 내에서도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대다수의 한국 국민들은 마치 자신이 상을 받은 것처럼 기뻐했으나,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부 보수적 인사들은 한강 작가의 작품이 역사관이 비뚤어진 좌파적 관점을 담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한강의 소설에서 다루는 국가 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특히 제주 4·3사건이나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묘사를 문제 삼았습니다. 조선일보 칼럼니스트 김규나는 "한강은 국가 권력이 죄 없는 광주 시민을 학살했고, 무고한 제주 양민을 학살했다고 소설마다 담아냈다"라고 비판하면서, "이런 작가에게 상을 준 노벨상 심사위원들도 대한민국의 존재를 부정한 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박충구 박사(전 감신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이념적 편견을 앞세워 사람을 무차별 학살했던 사회에서 용기 있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노벨상을 받은 한강에게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며 지지를 표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의 문화적 의미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단순히 문학적 성취를 넘어 더 깊은 문화적 의미를 지닙니다. 주철현 울산의대 교수는 이번 수상을 통해 "우리 문화를 세계의 가치를 우리만 몰랐다는 것을 알려주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노벨 문학상은 수상 기준에서 과학 분야와 차이가 납니다. 과학 분야는 자연의 진리라는 절대적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문학상은 사람의 사정이 전부입니다. 특히 노벨 문학상은 문사철로 통칭되는 인문학 전반에 수여되는 상으로, 인간의 연결 원리를 탐구합니다.
한강의 작품은 불편하고 무섭습니다. 가족, 전통, 상식, 이념, 도그마, 국가 등 다양한 층위의 집단이 개인에 가하는 폭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에 노출된 개인의 공포와 좌절을 담담하고 세밀하게 묘사하는 이 불편함이 한강을 차별화하고,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이유입니다.
한강의 소설이 높이 평가받은 또다른 이유는 인간이 깊이 간직해야 마땅하고 동물과 구분짓게 하는 가장 위대한 정신인 '연민의 아픔'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서사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독자들이 공감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게 만든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