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개봉한 박찬욱 감독, 탕웨이, 박해일 주연의 영화 ‘헤어질 결심’은 그 해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각본상 등 6관왕을 차지하며 청룡영화제를 휩쓸었다.
‘헤어질 결심’의 여주인공을 맡은 탕웨이가 누구보다 관심을 많이 받은 것 처럼 이 영화의 주제곡으로 사용된 ‘안개’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글에서는 OST ‘안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헤어질 결심’에서 정훈희의 ‘안개’의 의미
박찬욱의 영화는 종종 복잡한 감정과 복잡한 인물 관계로 특징지어지며, 이러한 요소를 증폭시키기 위해 음악은 그가 선호하는 도구 중 하나이다. 1967년 처음 대중화된 노래 '안개'는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도 감성적 중추가 되었다. 어느 덧 70대에 들어선 가수 정훈희와 송창식의 목소리와 우울한 가사는 고립과 그리움, 피할 수 없는 관계의 파탄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완벽하게 보완한다.
이 노래는 단순히 배경음악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닻 역할을 한다. 특히 형사. 해준(박해일)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서사를 이끌어가는 서래(탕웨이)의 깊은 내면적 갈등을 반영한다. 안개는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문자 그대로의 어두움과 은유적인 어두움을 모두 상징하며, 영화의 감정적 이해관계를 높이는 우울한 층을 더해 준다.
‘안개’라는 노래 자체가 이미 동명의 영화 <안개>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로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곡이기도 하다. 안개 자욱한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을 쓴 소설 ‘무진기행’이 영화 <안개>와 노래 ‘안개’를 탄생시켰고, 그 노래는 또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가 되었다.
안개 속에서는 앞뒤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모호할 때가 있다. 여자 주인공 송서래는 우리말에 서툰 외국인이기 때문에 영화 속 다른 인물들의 의사소통 또한 모호해진다. 노래 가사는 이러한 인물들의 감정과 이어지며 관객의 뇌리에 깊이 스며든다.
https://youtu.be/9Mz_cHble4c?si=urKasX4JqsuhxhcB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아 아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
돌아 서면 가로막는
낮은 목소리
바람이여 안개를 걷어 가 다오
아 아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
- 정훈희 '안개'의 가사
2년간의 구애 : 박찬욱의 각오
가수 정훈희는 활동을 쉬면서 데뷔 54년 째 접어든 2021년에 기장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데뷔곡인 ‘안개’를 다시 녹음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어느 덧 70대가 된 정훈희는 17살, 그때 그 시절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 수 없다며 박찬욱 감독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은 이 노래 없이는 영화를 개봉할 수 없다며 2년 동안이나 끈질기게 매달렸고, 이에 마음이 움직인 정훈희는 요청을 수락하게 된다. ‘안개’가 없었다면 영화 ‘헤어질 결심’은 결코 공개되지도,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오랜 구애는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영화 스토리텔링에서 음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준다. 그는 영화를 제작할 때 디테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유명하며, 이는 사운드트랙에도 적용된다. 박찬욱 감독은 한 인터뷰에에서 말한 것 처럼 ‘안개’라는 곡이 없었다면 영화를 아예 만들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OST의 정서적 영향
‘헤어질 결심’에서 ‘안개’의 편곡은 단순하면서도 심오하다. 부드럽고 경쾌한 멜로디는 거의 시대를 초월한 느낌을 주며, 영화를 초월하여 크레딧이 나온 후에도 오랫동안 관객과의 관계를 유지한다. 이 노래는 영화의 중요한 순간에 연주되어 관객에게 서래의 내면적 갈등과 커져가는 해준의 집착을 섬세하게 안내한다.
하나의 중요한 장면에서 이 노래는 두 주인공 사이의 조용한 강렬함의 순간을 강조하는 데 사용된다. 문자 그대로 주변을 감싸고 있는 안개는 그들이 갇혀 있는 감정적인 안개와 유사하다. 이러한 음악의 사용은 전형적인 낭만적인 만남을 훨씬 더 가슴 아프고 미묘한 것으로 끌어올린다.
이 노래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감동적인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훈희와 송창식의 애절한 보컬과 가사,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적 순간을 만들어낸다.
결론: 박찬욱 영화에 나타난 음악의 힘
‘헤어질 결심’은 영화에서 음악의 힘을 입증하는 작품이다. 정훈희의 '안개'는 영화의 감정적 복잡성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내러티브 구조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다. 박찬욱 감독이 정훈희의 참여를 확보하기 위해 2년 동안 매달린 것은 이 노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 준다. OST ‘안개’는 단순한 분위기 그 이상의 정서적 핵심을 형성한다. 안개가 인물을 감싸듯이 관객도 감싸고, 안개만큼이나 감정이 포착하기 어렵고 짙은 세계로 그들을 끌어당긴다.
내가 품위 있다고 했죠? 품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아요? 자부심이예요. 저는 자부심 있는 경찰이었어요. 그런데 여자에 미쳐서... 수사를 망쳤죠.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할머니 폰 바꿔 드렸어요, 같은 기종으로. 전혀 모르고 계세요.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 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