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입니다. 지난 입춘 즈음에는 마치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은 것 처럼 다시 한 겨울의 추위로 벌벌 떨어면서 기후변화를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3월이 되고, 따뜻한 봄의 기운을 햇살의 온도 변화로 느끼게 되니, 아직 때가 되면 봄이 오는 자연의 시간은 변함없이 흐르는 것 같습니다.
해마다 이 맘때가 되면, 듣고 싶은 곡 리스트에 꼭 포함 되는 것은 바로 계절을 노래한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그 중에서도 봄의 악장입니다. 이 글에서는 비발디 사계의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비발디 《사계》(Le Quattro Stagioni)의 악장 구성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의 사계는 1725년 출판된 《화성과 창의의 시도》(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tione) 작품번호 Op. 8 중 첫 번째 네 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사계는 각각 봄(Spring), 여름(Summer), 가을(Autumn), 겨울(Winter) 네 계절을 묘사하며, 각 협주곡은 3개의 악장(빠름-느림-빠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곡에는 비발디가 직접 쓴 “소네트(시)”가 붙어 있으며, 음악이 이 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작곡되었습니다. 즉, 표제 음악(program music)의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비발디가 쓴 소네트의 원문과 번역입니다.
🌸봄 (La Primavera, E장조, RV 269)
소네트 원문 (이탈리아어)
I. Allegro
Giunt’ è la Primavera e festosetti
la salutan gl’augei con lieto canto,
e i fonti allo spirar de’ Zeffiretti
con dolce mormorio scorrono intanto.
Vengon’ coprendo l’aer di nero amanto
e Lampi, e tuoni ad annunciarla eletti
indi tacendo gl’augelletti fanno
posarsi, e quindi a canto tornan’ di nuovo.
II. Largo
E quindi sul fiorito ameno prato
al caro mormorio di fronde e piante
dorme ‘l caprar con ‘l fido can’ al lato.
III. Allegro
Di pastoral Zampogna al suon festante
danzan Ninfe e Pastor nel tetto amato
di primavera all’apparir brillante.
번역 (한국어)
1악장: 알레그로
봄이 왔고, 기쁨으로 가득한 새들이
환한 노래로 그것을 반긴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면
시냇물은 부드럽게 졸졸 흐른다.
그러나 하늘은 어두운 구름으로 덮이고
번개와 천둥이 봄의 도래를 알린다.
새들은 잠시 침묵하고
곧 다시 노래를 시작한다.
2악장: 라르고
꽃이 핀 아름다운 들판에서,
나뭇잎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양치기는 충실한 개 곁에서 조용히 잠든다.
3악장: 알레그로
목동들의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고,
요정들과 목동들은 춤을 춘다.
찬란한 봄날을 맞이하며.
🔥 여름 (L’Estate, G단조, RV 315)
소네트 원문 (이탈리아어)
I. Allegro non molto
Sotto dura Staggion dal Sole accesa
Langue l’huom, langue ‘l gregge ed arde il Pino,
Scirocco furioso, che fa che sia
Nascosto il lor segreto il Sol divino.
II. Adagio e piano - Presto e forte
Toglie alle membra lasse il Suo riposo
Il timore de’ lampi, e tuoni fieri
E di mosche, e mosconi il Stuol furioso.
III. Presto
Ah che pur troppo i Suo timor son veri
Tuona e fulmina il Ciel e grandinoso
Tronca il capo alle Spiche e a’ grani alteri.
번역 (한국어)
1악장: 알레그로 논 몰토
뜨거운 태양 아래,
사람도, 양도 지쳐 쓰러지고, 소나무도 탄다.
남풍이 거세게 불고,
태양은 구름에 가려진다.
2악장: 아다지오
피곤한 몸을 쉴 새도 없이,
번개와 천둥이 공포를 일으킨다.
파리와 모기 떼가 성가시게 날아다닌다.
3악장: 프레스토
두려움은 현실이 되고,
하늘은 천둥과 번개로 가득 차며,
우박이 떨어져 곡식을 쓰러뜨린다.
🍂 가을 (L’Autunno, F장조, RV 293)
소네트 원문 (이탈리아어)
I. Allegro
Celebra il Vilanel con balli e Canti
Del felice raccolto il bel piacere,
E del liquor de Bacco accesi tanti
Finiscono col Sonno il lor godere.
II. Adagio molto
Fà ch’ ogn’ uno tralasci e balli e canti
L’aria che temperata dà piacere
E la Staggion ch’ invita tanti e tanti.
III. Allegro
I cacciator alla nov’alba a caccia
Con corni, Schioppi, e cani escono fuore
Fugge la belva e Seguono la traccia;
Già Sbigottita e lassa al gran rumore
De’ Schioppi e cani, ferita minaccia
Languida di fuggir, ma oppressa more.
번역 (한국어)
1악장: 알레그로
농부들은 수확의 기쁨을
춤과 노래로 축하한다.
바쿠스의 술에 취한 사람들은
결국 잠들어 버린다.
2악장: 아다지오 몰토
춤과 노래는 멈추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모두가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3악장: 알레그로
사냥꾼들이 새벽에 사냥을 나선다.
뿔나팔과 총성이 울리고,
개들이 짖으며 추격한다.
짐승은 두려움에 떨며 도망치지만,
결국 총에 맞아 쓰러진다.
❄ 겨울 (L’Inverno, F단조, RV 297)
소네트 원문 (이탈리아어)
I. Allegro non molto
Agghiacciato tremar trà nevi algenti
Al Severo Spirar d’orrido Vento,
Correr battendo i piedi ogni momento;
E pel Soverchio gel batter i denti.
II. Largo
Passar al foco i dì quieti e contenti
Mentre la pioggia fuor bagna ben cento.
III. Allegro
Camminar Sopra il giaccio e a passo lento
Per timor di cader girsene intenti;
Gir forte Sdrucciolar, cader a terra
Di nuovo ir Sopra ‘l giaccio e correr forte
Sin ch’il giaccio si rompe e si disserra;
Sentir uscir dalle ferrate porte
Sirocco Borea e tutti i Venti in guerra.
번역 (한국어)
1악장: 알레그로 논 몰토
얼어붙은 땅 위에서
차가운 바람에 떨고,
발을 구르며 몸을 녹인다.
추위에 이가 맞부딪힌다.
2악장: 라르고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쉰다.
3악장: 알레그로
얼음 위를 조심스럽게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 달린다.
갑자기 얼음이 깨지고,
바람이 문을 열고 들어와
폭풍이 몰아친다.
https://youtu.be/aryDMAP6oug?si=xgWauLJ4gehDjP8d
사계, 음악의 혁명
비발디의 '사계'는 단순한 협주곡을 넘어 그 시대를 완전히 뛰어넘는 혁신적인 작품입니다. 1725년에 출판된 이 작품은 프로그램 음악의 선구자적 작품으로, 음악을 통해 자연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최초의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체 구조와 특징
'사계'는 4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봄(La Primavera), 여름(L'Estate), 가을(L'Autunno), 겨울(L'Inverno)을 표현합니다. 놀라운 점은 비발디가 각 협주곡에 맞춰 직접 소네트를 썼다는 것입니다. 음악과 시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계절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각 계절의 음악적 특징
봄 (La Primavera)
우리가 앞서 자세히 다뤘듯이, 봄 협주곡은 생명력 넘치는 리듬과 경쾌한 선율로 가득합니다. 새들의 지저귐, 부드러운 바람, 꽃피는 자연의 모습을 음악으로 완벽하게 표현해냅니다.
여름 (L'Estate)
대조적으로 여름 협주곡은 더욱 극적입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쉬는 목동, 번개와 폭풍우, 폭염의 고통을 음악적으로 묘사합니다. 특히 제2악장의 아다지오는 폭풍우 직전의 고요함을, 제3악장의 프레스토는 폭풍의 격렬함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표현합니다.
가을 (L'Autunno)
수확의 기쁨과 축제를 그린 가을 협주곡은 포도 수확, 사냥, 술에 취한 농부들의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합니다. 특히 제2악장의 아다지오 모토는 술에 취해 잠든 농부의 모습을, 제3악장은 사냥의 흥분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겨울 (L'Inverno)
추위와 얼음, 추위를 견디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겨울 협주곡은 가장 드라마틱한 작품입니다. 추위에 떨며 불을 피우는 장면, 얼음판 위를 미끄러지는 장면, 차가운 바람을 음악적으로 표현해냅니다.
음악사적 의의
비발디의 '사계'는 단순한 음악을 넘어 당시 음악 개념을 완전히 혁신했습니다. 추상적인 음악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한 최초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프로그램 음악의 선구자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죠.
비발디의 '사계'를 들으면 자연의 숨결, 계절의 변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매 계절 반복해서 들어도 새롭게 다가오는 놀라운 작품입니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로 계절의 모습이 많이 변해가는 요즘, 비발디의 '사계'는 자연의 원초적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해주는 귀중한 음악적 기록입니다.
맺음말
비발디의 '사계'는 단순한 클래식 음악을 넘어 자연의 서사시이자,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담은 놀라운 예술 작품입니다. 음악을 통해 자연의 숨결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 언제나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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